백리 안에 굶는 자가 없게 하라
Posted at 2010/08/04 01:06// Posted in 에세이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온갖 예술과 문학이 성행했다. 특히 아테네인들은 옛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들을 연극으로 구성해 공연하거나 지금의 오페라처럼 음악극을 만들기도 했다. 현대인들이 적지 않은 시간을 TV 앞에서 보내듯이 당시의 연극이나 음악극(이는 지금의 연극, 오페라의 시초가 된다)은 고대 아테네인들에게 있어 가장 일반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인기 있었던 오락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고대 아테네에는 연극 공연을 할 수 있는 극장이 많았다. 또 그런 극장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들 또한 많았다. 그런데 아테네인들은 대부분 돈을 내고 연극을 보지 않았다. 돈을 내더라도 아주 소량이었으며 대부분은 거의 무료로 극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테네에서는 입장료도 없이 크고 작은 연극들이 어떻게 성행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답은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도편 추방제'에 있다.
아테네의 유명인들은 도편 추방제를 공포스러워 했다. 한 순간에 자신의 명예, 권력, 부를 모두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부자들은 더욱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부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질투와 시샘을 받기 쉬운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아테네인들은 이를 잘 이용할 줄 알았다. 아테네인들은 연극 공연에 대한 비용 부담을 주로 명망 높은 부자들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도편 추방제를 두려워한 대부분의 부자들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밉보일 것을 염려하여 연극 공연에 대한 비용을 직접 부담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행으로 굳어졌고, 고대 아테네에서는 큰 부자들이 아테네 시민들에게 연극과 갖가지 공연을 제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흔히 도편 추방제는 민주주의의 폐단으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고대 그리스의 관행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내었던 아테네인들의 지혜로 작용하게 되었고 덕분에 아테네에서는 공연 예술이 활발히 성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변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과거의 경주 최씨 가문이 지금 우리 사회의 재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만석지기로서 이웃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던 옛 부자들의 덕목은 현대에 들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지금의 재벌과 기업들은 오로지 자신의 몸집을 불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뿐이다. 오죽했으면 최근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기업과 하청기업 간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겠는가.
이것은 단지 부자들에 대한, 기업들에 대한 편견이나 폄하가 아니다. 단지 우리 사회의 대기업과 재벌들이 과연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뿐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부자들의 사회적 환원이 일반화되어있다. 얼마를 벌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얼마나 기부금을 냈느냐에 따라 부자의 가치가 결정된다. 또 독일에서는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겠다는 의견을 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우리의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다.
2007년 통계로 삼성전자는 약 2000억 원의 기부금을 사회에 환원했다. 절대적인 액수로는 얼핏 많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순'익은 약 7조 원 규모, 기부금은 고작 순익의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빌 게이츠나 웨런 버핏 같은 세계적인 대부들이 대게 이익금의 절반 정도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수준이다. 비단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100대 기업의 기부금 비중은 순익의 3%도 되지 않는다.
강한 자,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은 약육강식의 동물의 수준에나 어울릴 법한 행태, 홀로 배불리 지내는 것만이 자신에게도 결국 이롭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돈을 모으고 또 쓰지만, 세상에는 돈만큼이나 혹은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한 번 생각해보자. 주위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다했던 고대 아테네의 부자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오페라나 연극이란 것들을 영원히 즐기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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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하루 되세요~
어떤 광고인지 모르겠네요ㅠ
우리만큼 노블리스를 강조하는 사회도 없지만 미흡한 사회도 없지요.
뭐 미덕과 자선이 넘치는 아름다운 사회라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선경제, 기부경제라는 말이 어폐가 있는 위선적인 용어이고 한계가 있습니다.
결론은 법과 제도입니다. 요지는 누가 누구 눈치를 보는 사회인가 하는 점이죠.
귀족이 평민의 눈치를 살피느냐 평민이 귀족의 심기를 걱정하느냐...
물론 전자가 낫겠죠^^
그런 점에서 아테네의 도편추방제가 참 매력적이더군요.
물론 생각으로만 말입니다.ㅎㅎ
누군가는 간접세 인상 부분에서 대기업들의 분담이 늘어야 한다고 말을 하더군요. 산업용 싼 전기를 통해서 수조에 가까운 순수익을 올렸다면 서민들을 위해서 싸게 사용한 전기요금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이죠. 자본의 힘은 커짐과 동시에 약해지기도 합니다. 결코 영원할수 없기 때문이죠.
역시 효과적인 제도들이 많이 마련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다만 뭐랄까요, 나름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제도랄까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ㅎㅎ
무식하게 강제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참 어려운 문제이지요. 지혜를 찾고 싶습니다.
대기업들 호황을 맞아도 하청업체는 쓰러져가는 현실이
한심스럽니다.
하지만 말씀처럼 그만큼 하청기업들의 상황도 나아지는 지는 의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요석궁이라고 식당도 있음
지아후타네오님 경주 오시면 대접해 드리리다.
어떤 책에서 그러더군요... 권한이 권력이 되면 어떤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것이 일종의 마약과 같이 인간으로서의 감각을 마비시킨다구요....